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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톺아보는예산1]임박한 재정위기 - 위기인가 기회인가


임박한 재정위기 - 위기인가 기회인가

 

예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건국 이후로 예산에 관련해서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오고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다가 종부세 논쟁등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건국 이후 이렇게 높아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많은 재정개혁을 진행했고, 이제 제도적으로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현재 위기 상황이라는 이유로 많은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고, 축적했던 재정의 건전성이 무너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제 외환위기 이후 다시는 재정위기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모아 두었던 외환보유고가 벌써 2,005억달러로 떨어졌고 곧 심리적 마지노선인 2천억달러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제순위도 대만 2천782억 달러, 인도 2천529억 달러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정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큰 재정적 위기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재정위기의 몇가지 징후

 

현재 정부는 예산의 효율적운영을 위한 별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CEO대통령이니 뭔가 방안이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기대가 반대했던 사람들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무조건 20%의 재정감축이 자신있다고 이야기하던 대통령은 일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연초부터 무조건 5%예산삭감을 각 부처에 지시를 내리고 내년 예산에서도 일률적으로 예산을 줄이는 방식의 예산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보아 재정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준비도 되지 않았고, 정치적인 변죽만 울리던 과거 정권들이 실패를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릴 것이라는 종합적인 대안이 없으니, 오로지 호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본디 예산이란 들어올돈(세입)과 나가야할돈(세출)이 어떻게 변동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나가야 할 돈이 늘고, 들어올 돈이 크게 줄어들게 되면 재정위기가 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산안이다.

경제성장률도 3%대로 수정하기는 했지만 원래 5%로 설정했다. 하지만 강만수장관은 국회에서 2%대 중반까지도 될수있다는 발언을 했다. 1%의 성장률이 재정에 끼치는 영향은 2-3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19조원의 적자를 예상하지만 최소 24조원에 이를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환율을 처음에는 달러당 1000원으로 예상했다가 1100원으로 올렸지만 1500원을 넘어서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대단히 심각한 낙관이라고 볼수 있다. 유가도 75달러를 예상했다. 예산정책처가 세계의 경제연구소들의 추정치를 종합했을 때 추정치는 104달러였다. 그러므로 낙관적인 전제를 통해 수조원대 이상의 재정적자가 과소평가 될 수 있다.

 

둘째, 감세문제이다. 감세에는 두가지가 있다. 세금을 줄이는 감세와 면제해주는 조세감면이다. 조세감면은 미리 지출한 것이므로 조세지출이라고 한다. 감세를 지상명제로 알고 있는 현 정부는 올해만 해도 6조원이상을 감면했다.

2일 2008년도 국세 감면총액이 2007년 22조9652억원보다 6조6669억원(29.0%) 증가한 29조632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아예 세금을 없애는 감세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더욱 자세한 것은 잠시후에 살펴보겠다.

셋째, 세수감소에 대한 대책이 없다. 우리에게는 지난 참여정부는 증세를 했을거라는 편견이 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감세정권이었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각각 2%나 감액했다. 이는 2008년 기준으로 수조원대가 넘는 규모이다. 그럼에도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신용카드’와 ‘양도소득세 현실화’ 때문이다. 신용카드가 활성화되면서 우리 소비의 절반이 카드로 이루어져서 과세가 가능한 조세포착률이 2005년에는 민간소비 215조의 75%인 161조에 이르러 불과 10여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로 인한 부가세와 소득세 등 관련한 세금만 20조 이상이다. 이것이 참여정부가 세금을 낮추고도 큰 적자재정없이 운영했던 비결이었다. 대신 그동안 부가세 등 세금을 내지 않던 일부 자영업자나, 탈세자들에게는 ‘세금폭탄’이었고, 이들의 보수화를 더욱더 촉진시킨 원인이다. 문제는 사실상 공돈이었던 ‘카드효과’가 더 이상 효력을 걷기 힘들다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34조원이나 되는 초과세수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카드사용이 한계에 달한데다가, 카드 지출이 감소할 정도로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매년 초과세수를 예산하여 예산을 편성하고 공돈 혹은 여윳돈을 쓸수 있었던 정부도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원래 씀씀이란 줄어들 때 더 힘든법이다.

 

 

포퓰리즘 조세감면 - 법도 무시하는 정부의 감세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상임위가 아닌 소관부처관련 법안을 제출하면 십중 칠팔은 이익집단에 관련된 법안이다. 최근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재정수입관련 법안 중 추계가능한 66건의 수입감소 예상액이 2009년에만 22조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모든 정치는 포률리즘이지만, 우리는 그중 전체국민의 진정한 이익을 생각지 않고 이익집단에 휘둘릴 경우에 포퓰리즘이라 할수 있겠다. 이미 과거 정권부터 이런 추세는 계속되어 왔는데 감세를 신앙처럼 여기는 현 정부는 아예 과속을 하고 있다.

 

 

연도별 세금감면 증액현황

(단위:억원,%)

 

1999

2001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국세수입총액

(증가율)

756,580

957,928

1,146,62

1,177,957

1,247,657

1,380,443

1,614,591

1,671,530

11.6

3.1

10.3

2.7

8.2

8.3

17.0

3.5

세금감면액수

105,419

137,298

175,080

182,862

200,169

213,380

229,652

296,321

전년대비 증액

 

 

4,474

27,189

7,782

17,307

13,211

234,138

56,939

세금감면비율

12.2

2.5

13.2

13.4

13.6

13.4

12.5

15.1

*2006년 재정적자는 실적기준, 2007년은 전망치, 2008년은 기획재정부추계, 2000․2002년 통계는 기획재정부 기준변경으로 제외함.

*자료: 기획재정부, 재정기획부<조세지출보고서>재정리

 

문제는 조세지출이 국가재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올해 국세 감면율 한도 13.7%를 1.4%포인트나 초과한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 88조와 시행령 41조는 연간 국세감면율이 직전 3년 평균 국세감면율(2005년~2007년 13.2%)을 0.5%p이상 넘지 못하도록 재정부 장관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정부는 "세금 감면액이 늘어난 주 원인은 유가 환급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고유가 극복 대책 때문"이라며 "한시적 대책이기 때문에 2009년에는 국세감면비율이 13%대로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추계조차도 잠정적으로 적게 예상한 후 다음해에는 항상 크게 늘어난 액수로 재발표되는 것이 매년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조원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 문제는 재정부는 국가재정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가 가급적 지키라는 것을 규정한 선언적인 의미이고 유가환급금 등 불가피한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국가재정법은 우리 국가재정에 관한 기본법이다. 정부의 법의지 실종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런데 예산에 관한 문제는 처벌규정이 없다. 그래서 아무도 지키려는 의지를 갖지 않는다. 예산낭비에 대해 책임을 묻는 납세자 소송법이 도입되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다가 문제가 심각해진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1990년 65%의 국가채무율이 2007년 180%를 넘어섰다. 건전재정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감세와 재정지출을 병행한 탓이다. 그것도 18년간이나 토건산업 등을 통한 경기활성화에만 집착하여 그 돈을 복지에 투자하지도 못했다. 오로지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이념에 얽매어 예산의 3분1을 국채로 해결하고, 소비촉진을 위해 상품권까지 나눠주는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예산 퍼붇기를 시도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예산안이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있다. 헌법상 제출해야 하는 12월 2일을 넘겼지만 이런 규정위반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제대로 심의를 하는가의 여부이다.

 

현재 우리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이다. 우리의 재정은 아직 여력이 남아 있다. 국가채무율은 아직은 OECD 평균 부채율에 비해 매우 낮고 따라서 다른나라가 경험한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대단한 기회비용이다. 그래서 재정운용을 효율적으로 하면 대통령 말처럼 국운융성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기회를 만들 수 없으며 더욱 절망적인 위기로 몰고 간다. 솔직히 전망은 매우 어둡다. 그래도 손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의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2009년 2월이 되면 내년결산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5월이면 국회에서 결산이 진행된다. 그때가 되면 이런 우려를 반증하는 통계와 재정현황이 파악될 것이다. 막연한 재정위기가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될 것이다. 파국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찌 되었던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온 국민이 재정을 감시하고, 올바름을 요구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정창수(사회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

*이글은 여의도통신에도 게제됩니다.
blog : http://watchman7.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