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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산시평>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육성과 정책 효과


 

〔예산 시평 ⑥〕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과 정책 효과


                                                   정광모 (희망제작소 공공재정 연구위원)


1. 들어가는 말

  정부는 2009년 예산 신규사업으로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R&D)'사업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재원을 통해 시행하려 하고 있다. 2009년 예산안은 1411억 6800만 원이며 사업목적은 전국을 5개 광역경제권과 2대 특별광역경제권으로 나눠 광역경제권별로 1~2개 신성장 선도사업을 대표산업으로 육성하여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사업 선정과 절차 모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종전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사업을 개선하고 수정하더라도 선도사업과 유사한 정책효과를 낼 수 있는데 새로운 광역경제권을 만들고 신성장 선도사업을 도입하는 것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종전정부의 정책을 비판적 관점에서 계승하지 않고 처음으로 새 사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정책의 ‘원조’ 콤플렉스라고도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방식으로 되풀이 되는 정부의 정책 ‘원조’ 콤플렉스는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원인이다. 아래에서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R&D)'의 개요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2.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개요

  지식경제부는 2008년 9월 10일 ‘광역경제권별 신성장 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였다. 추진 배경은 세계 각국의 지역정책 광역화 추세에 대응하여 지역정책의 중점을 ‘5+2’ 광역경제권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999년 이후 2007년까지 지방 13개 시 ․ 도에 약 2.3조 원을 지원하였으나 지역산업의 성장동력화에는 미흡하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지식경제부의 목표는 광역경제권의 특성과 여건에 맞고, 새로운 성장 동력화가 가능한 1~2개 ‘신성장 선도산업’에 역량을 집중 지원해서 광역경제권별로 1~2개 신성장 선도산업을 대표산업으로 육성하여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가 밝힌 광역경제권별 선도사업 구상을 보면 수도권은 ‘금융, 비즈니스, 물류 등 지식 서비스’, 충청권은 ‘의약바이오, 반도체 디스플레이’, 호남권은 ‘신재생에너지, 광소재’, 강원권은 ‘의료 관광’, 대경권은 ‘에너지, 이동통신’, 동남권은 ‘수송기계, 융합 부품 소재’로 모두 7개 권역이다.

  지식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2009년도 국비지원 요구액은 1412억 원(비 R&D 포함시 2000억 원)이고, 중기재정 소요 전망은 2010년 3000억, 2011년 4000억, 2012년에 5000억 (모두 R&D+비 R&D 포함)으로 매년 1000억 씩 증가하고 있고 총 금액은 1조 4000억 이다. 

  이 사업은 2008년 1월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광역경제권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방안을 발표하고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한 데 따른 국정과제코드〔핵심 〕1-3-1(광역경제권 구축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 신규사업이다.


3.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

  지식경제부는  2008년 9월 10일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을 발표한 후  위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2008년 11월 6일 국회에 제출하였다. 법 개정안은 법률안 이름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서 ’지역발전 특별법‘으로 바꾸고 기존의 시 ․ 도를 초월한 광역경제권별로 설치된 광역경제권 발전위원회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광역경제권 발전계획 등을 수립하도록 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 개발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안 제6조)등 내용이다.

  위 법 개정안은 법률 이름을 바꾸는 데서 나타나듯 지방을 수도권과 대비하여 발전시키려고 하는 ‘균형 발전’개념을 포기하고 지방을 광역경제권으로 나눠 발전시키는 ‘지역발전’ 개념을 도입하였다. 


4.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의 문제점

  가. 국책과제와 지방의 의견 수렴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낸 백서는 ‘5+2 광역경제권’을 추진할 방침을 밝히며 5대 광역경제권으로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을 설정하고 2대 특별광역경제권으로 강원도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서 68쪽)

  그런데 인수위원회가 2008년 1월부터 광역경제권 사업을 구상하고 지식경제부가 신규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개적으로 지방의 의견을 듣거나 공론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식경제부가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을 발표한 후에 선도사업으로 에너지와 이동통신이 배정된 대구시는 강력히 요구했던 의료분야가 배제되었으며, 이동통신도 ‘IT 융복합사업’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호남권은 광역경제권 지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영남지역은 대경권과 동남권으로 분리돼 개별경제권역별로 선도사업이 2개씩 배정되었는데 광주와 전남북은 ‘호남권’으로 묶여 산업배정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내일신문 2008년 9월 24일)

  광주시의회는 광역경제권사업 자체에 반대해 2008년 10월 13일 ‘광역경제권사업 철회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였다. 반대 이유는 국토 균형발전은 정부의 의무이고 지역활성화사업은 당해 지역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의회는 광역경제권 활성화사업은 정부가 특별히 베푸는 시혜성 사업이 아니고 광역권 사업에 필요한 재원의 대부분을 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 써야 한다면 광역권 사업을 결정해야 하는 주체는 지방이며 지역과의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다.

 (174회 광주광역시의회 본회의 회의록, 2008년 10월 13일)

  

  나. 정책 연결성 단절

  노무현 정부때 제정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은 시 ․ 도지사가 지역혁신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며 지역전략산업의 선정 및 육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11조 1항은 시 ․ 도지사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과 협의하여 아래 요건을 충족하는 산업을 해당 시 ․ 도의 지역전략산업으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요건은

 1. 국가의 성장잠재력과 경제성장에의 기여도가 높은 산업

 2. 지역혁신체계의 구축 및 활성화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산업

 3. 지역의 혁신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이다. 그리고 같은 법 11조 2항은 제 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2 이상의 시 ․ 도지사는 공동으로 해당 2 이상의 시 ․ 도의 관할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전략산업을 선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경제권’선도사업과 비슷한 내용이다. 같은 법 13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한 시책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에서 볼 수 있듯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은 종래의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11조를 이용하고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사업의 개선을 통해서 추진가능한 사업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부터 수도권은 지식산업 클러스트, 금융산업, 정보통신 등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는 등시 ․ 도별 4대 전략 산업의 선정 및 육성을 하였다. (국가균형발전의 비전과 전략,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그런데 현 정부가 새롭게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을 시작하고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지역발전 특별법’으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정책 연결성을 단절하고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새로운 행정역량을 투입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다. 재원 조달의 차별성과 정책 효과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라고 한다) 재원으로 하는 사업이다. 균특회계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규정에 따라 ‘지역개발사업 계정’, ‘지역혁신사업 계정’, ‘제주특별자치도 계정’으로 나뉜다. 정부의 균특회계 예산은 2008년 예산의 경우 추경예산까지 합해 7조 8377억 원이다. 2009년 균특회계 예산안은 8조 2031억 원으로 2008년에 비해 3654억 원이 증액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증액한 재원을 각 지역개발사업과 지역혁신사업 계정에 시도가 자율편성하고 국가 직접편성한 예산들이 있어 모두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부가 중기 소요계획으로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할 때가 2012년 5000억(R&D+비 R&D 합한 금액) 인데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7개 광역권으로 나누면 1개 광역권 당 714억에 불과하고 이들을 다시 선도사업별로 나누면 몇 백억에 불과한 예산이다. 

  지식경제부는 2009년 예산안 설명자료에서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의 예산 배분은 전체 재원 중 일부를 조정 재원으로 확보하여 활용한다는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예산의 대폭 증액 없이 기존의 균특회계에서 항목을 변경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서는 정부가 말하는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목적인 “광역경제권별로 1~2개 신성장 선도산업을 대표산업으로 육성하여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광역단위의 사업 추진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지역산업의 실질적인 글로벌 경쟁력 도모”한다는 목표에 따른 사업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라. 선도산업 선정 방법 및 타당성 조사

  현재 지식경제부는 7개 광역경제권을 선정하고 앞에서 본 것과 같이 각 광역경제권별로 선도사업을 지정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이들 선도사업 선정에 대해 지역 의견수렴 등 충분한 합의를 거치고, 국가 신성장동력을 제시한 후 일부 조정하여 확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식경제부 보도자료, 2008. 9. 10.)

  그러나 지식경제부가 이들 광역경제권에 재원을 배분하고 사업의 효과를 측정하는 평가용역을 삼성경제연구소에 맡겼는데 국회 예산심의가 끝나는 연말이 지나야 이들 용역결과가 나올 것이다. 사업이 있어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먼저 배분하고 후에 사업계획을 맞추는 형태다.

또한 지식경제부가 이들 선도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을 공론화하지 않아 각 광역경제권이 수긍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원하는 예산도 그 광역경제권에 선도사업을 정착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아 결국 지역 경제권 사이에 나눠먹기 식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육성사업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된 이후 예비타당성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 국가재정법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사업의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일 때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2009 예산 사업계획안에는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최종 사업계획이 나오면 국가재정법을 위반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업계획을 확정한 후 다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마. 수도권과의 균형 상실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에 수도권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은 제 1조에서 ‘이 법은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혁신 및 특성에 맞는 발전을 통하여 자립형 지방화를 촉진함으로써 전국이 개성있게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위 법은 그런 지역간 불균형 해소와 자립형 지방화를 위해 지역전략사업의 선정 및 육성과 지방대학의 육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은 우리 나라 인구의 49%와 GDP의 47%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수도권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3%, 프랑스는 28.6%, 일본은 30.6%이다. 이런 수도권 과밀화 상태에서 다시 수도권을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으로 육성하고 다른 6개 광역경제권과 경쟁시킨다는 것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의 취지에 맞지 않고 수도권 과밀화를 촉진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모순점을 인식하고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지역발전 특별법’으로 변경하고자 하고 있으나 정부가 2008년 11월 6일 국회에 위 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아직 법 개정이 되지 않았는데 먼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맞지 않다.

   

4. 결론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육성(R&D)’ 사업은 새로운 재원 마련 없이 종전의 균특회계 재원 중 일부를 조정재원으로 해서 만든 사업이며 그 예산도 7개 광역경제권에서 선도산업을 육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선도사업 선정도 시도간 합의를 거쳐 프로젝트 사업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있으니 이미 정부가 선도사업을 발표하는 등 지방의 자율이 아니라 중앙에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 사업의 세부사업계획과 재원배분 원칙도 연말이 지나야 용역결과가 나오는데 서둘려 추진하고 있으며 위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도 2008년 11월 들어서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과밀화한 수도권을 육성지역으로 넣어 다른 6개 지방 광역경제권과 경쟁시킨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고 지방 광역경제권 경제는 축소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0월 말 수도권규제완화 조치를 취해 대기업도 산업단지에서 공장을 새로 짓거나 확장할 수 있게 했다. 농지와 산지 규제가 풀려 앞으로 5년간 서울시 면적의 3.7배에 이르는 땅이 도시 ․ 산업용지로 공급된다. 모든 첨단업종에 대해 기존 공장의 증설범위가 확대된다. 수도권 규제의 대명사로 불려왔던 공장총량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수도권을 광역경제권 육성지역으로 정한 정책 결과로 지방 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육성(R&D)’ 사업은 현재의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규정과 균특회계 재원 증액을 통해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정부가 종전 정책과 법규와 단절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시도해야 사업의 성과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은 결과적으로 지방 광역경제권의 경제 활성화를 가져오기 어려운 실패한 예산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